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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PhD life

취준생이 쫄게 되는 순간

2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오늘은 취준생으로서 쫄게 되는 순간에 대해 글을 잠깐 적어보려고 한다.

 

작년 9월부터 거의 매일 매일 신경쓰며 공들였던 Summer Internship 지원과정이 정말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재작년에 살랑살랑 지원했던 것과는 다르게, 박사 과정중에 할 수 있는 마지막 인턴십이라고 생각이 드니 정말 최선을 다해서 후회가 없도록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의 지원과정을 꾸준하게 볼 것도 아니지만, 21/9/14일부터 지원한 회사와 포지션, 그리고 인적성이나 면접 후기들을 블로그 글에 간단하게 적어왔었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기업들에 원서를 넣고 과정을 겪어나가다보니 가을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이제는 봄이 찾아오는 시기가 되었다. 현재는 다행히 합격한 곳도 있고, 추가적으로 결과를 더 기다리는 곳도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의 고민과 쫄리는 부분이 있다. 

 

취준생이라면 쫄게 되는 순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본다.

 

첫 째, 서류 탈락.

서류 탈락이라고 말해주는 기업은 그나마 양반이다. 소리 소문 없이 나를 배제하는 회사들도 한트럭이다. 그 전 주에 지원을 조금 열심히 해놨으면 그 다음주나 다다음주에는 reject 이메일이 꼭 도착해있곤 했다. 놀라웠던 것은 어떤 기업들은 밤에, 새벽에, 그리고 아침에 reject 메일을 날린다는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확인한 아웃룩의 첫 이메일이 탈락 이메일이라니! 늘 받는 정형적인 멘트인 Thank you for your interest in our company 라든지 We're impressed with your talent but due to the limited positions 이라든지는 이제 안보고도 눈에 숭숭 한개의 그림처럼 찍혀 문단단위로 읽힌다. 내가 지원할 때부터 fit이 안맞는 것 같다는 포지션의 경우는 그렇다쳐도 지원할 때의 메모에 '정말 fit이 잘 맞는다고 느낌' 이라고 적어놨던 곳에서부터 서류 탈락이 되는 경우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더라. 잠깐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자면, 내가 서류 탈락했던 기업들은 (1)스타트업, (2)이미 다른 포지션에서 풀라운드를 경험했던 곳, (3)Computer Science 배경을 아주 강하게 원하는 곳들이었다. 

 

둘 째, 인터뷰 탈락.

힘들게 따낸 인터뷰 기회. 지금은 인터뷰를 11정도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담대하고 여유있게 말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는 목소리의 템포를 간신히 붙잡고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의식하려고 진땀을 뺄만큼 긴장했었다. 그렇게 진심을 다해서 한 인터뷰에서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 나 정말 갈 때가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쫄게 되었다. 나의 첫 대면 인터뷰는 최애 기업이었던 페이스북이었는데, 1라운드에서 SQL 테스트를 잘 치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에 인터뷰 마지막에는 거의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있을 지경이었다. 운이 좋게도 파이널 라운드로 진출했는데, 인터뷰 분위기는 싱글벙글이었지만 정작 탈락을 받았었다! 페이스북은 무엇을 이유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에게 탈락을 주었을까. 피드백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냉철하게 돈이 되는 방식으로 답변을 하지 않고 이상적인 동화같은 감성으로 답변을 한 것이 아니었는지 짐작해본다. 머크에서 인터뷰를 떨어진 것은 내가 그들이 필요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명확했기에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석사시절 논문에서 다뤘던 지식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연구와 거리가 있었고, 그들에게는 그 지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니까. 르제네론 같은 경우 비대면 면접이었는데 뭔가 그 당시 면접준비가 미비해서인지 표현을 가다듬고 면접을 녹화하지 못했다. 정성을 조금 더 들였으면 합격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머지 다른 회사들은 긍정적인 인터뷰 시그널이 오간 곳들이다. BI에서는 두 곳 모두 오퍼를 주었고, 애브비 바이오스탯 인턴은 아쉽게 합격은 받지 못했지만 인터뷰 자체는 즐겁게 했었다. 지금 가장 신경쓰이는 회사중에 하나인 액센츄어의 경우 면접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른 장단으로 춤을 춰야 하는 것이 까다로웠지만 모쪼록 좋은 결과로 돌아오길 바란다. 남은 회사 두개도 슬기롭게 잘 말을 해봐야지.

 

셋 째, 행정적인 절차에서의 밀고 당기기.

국제학생이라 서러운 순간은 내 능력껏 오퍼를 받아내어도 학교에서 허락을 해줘야 인턴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것은 이 세번 째 과정인데, 이미 오퍼를 받은 상황임에도 학교에서 허락을 해줄지,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줄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설득과 부탁이 있어야 한다. 특히 내가 봄학기에도 part-time CPT를 사용해서 근무하고자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희노애락을 경험하는 중이다. 여름학기 인턴의 경우 full-time CPT를 사용해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 경우 part-time CPT와 병행할 수 있는지 요 부분도 한번 더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외국인으로써 취업을 할 때 비자의 영향은 어마무시하다. 모든 지원서에는 추후 sponsorship이 필요한 사람이냐라는 질문이 들어가 있다. 어떤 회사는 내가 international이라는 이유로 desk reject을 주기도 했다. 지금은 학생비자인 F1 비자로 합법적으로 근로를 신청할 수 있지만, 추후 F1 STEM OPT extension까지 모두 사용하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비자로 근무할 수 있을지 살아남는 방법을 또다시 찾아 나서야 한다. 졸업 전까지 최대한 많은 퍼블리케이션을 쌓고, 그 퍼블리케이션을 바탕으로 졸업 후 2년 내로 영주권을 받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넷 째, 여러 회사들의 오퍼 타임라인 조절하기.

여러 곳에서 부터 오퍼를 받는 것은 감사한 고민이다. 그렇지만 모든 회사가 동일한 시간에 오퍼를 주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타이트하게 결정하라고 데드라인을 주기 때문에 매우 고민스럽다. 특히 나의 경우 가장 먼저 오퍼를 주었던 회사를 거절하는 경우에 놓였는데, 내가 인터뷰를 본 모든 회사의 결과를 알게 된 후 결정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Next, Next 만을 외치다가 결국 아무패도 쥐지 못하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기회비용을 신중히 따져봄직 하나,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성미인지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가지고 있는 오퍼의 데드라인을 넘기더라도 남은 회사의 결과를 기다리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장장 6개월의 취준 생활이 끝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 여정속에서 무수히 많이 느꼈던 감정들,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지나고 보면 허허 웃어 넘길 추억이 될 것임을 안다.

석사 생활을 돌이켜보며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 라고 생각하는 지금. 

아마 몇 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를 보며 어떻게 그렇게 오랜기간 지원하며 살았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에는 모두 지원했다.

나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알렸으며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였다.

하루 하루 무언가를 새로 공부해가면서 지긋하게 나를 성장시켰다.

이제 나는 구직에 있어서 조금의 짬이 생긴 것 같다. 인턴을 어디서 하든, 분명 나는 더 성장할 것이다.

 

쫄리는 순간을 스릴있는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나는 놀이기구 타듯이 두려운 구간 - 심장 떨어지는 구간 - 그리고 엔도르핀이 뇌를 점령하는 구간을 모두 경험하며 오늘도 슬기로운 박사생활을 보내는 중이다. 과연 나의 여름 행선지는 어디가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