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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PhD life

졸업에 한 걸음 더 가까이 - Written Area Exam

내가 다니고 있는 박사 과정은 4년과정이고 주로 3학년 중반부부터 Candidacy 과정을 밟게 된다.

Preliminary Written Exam - Written Area Exam - Oral Area Exam - Proposal Defense 로 이루어지는 4단계 시험을 통과하면 마침내 박사 졸업 자격을 획득하여 PhD Candidate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우리 과의 경우 박사과정 학생을 탈락 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andidacy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박사 학위를 guarantee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마조마함을 늘 안고 살게 된다. 나는 내년 8월에 졸업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Candidate가 되고 싶지만, 나 혼자 부랴부랴 레이스를 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Commitee Member들의 스케쥴을 고려해서 모두가 시간이 되실 때 미팅을 열고 발표를 진행해야 한다.

 

나는 4단계 중에서 현재 Written Area Exam을 끝낸 상태이다. 일주일 동안 약 30페이지 가량의 답안을 만들고 제출하는 시험인데 벼락의 아이콘 답게 제출 시간을 2시간 남겨두고 월요일 새벽 6시에 제출을 완료하였다. 이번 제출은 너무 너무 painful하게 밤을 새가면서 하게 되었는데 이는 문제가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내가 엄청 놀았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주 수요일날 시작했어야 하는 시험이 허리케인 Ian으로 인해 일주일 연기가 되어서, 각종 이벤트가 있는 주간에 시험을 보게 된 것이다. 오히려 허리케인 기간에 시험을 본다면 딴 짓도 안하고 방안에서 글만 쓸 수 있어서 더 좋다라고 생각했건만, 우리 학과에서는 전기가 나갈 위험이 있다고 시험을 친절하게도 연기해주셨다.

 

그리하여 미뤄진 나의 Area exam기간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크게 챙기는 행사 중 하나인 Homecoming Day 기간이라 학교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많았다. 각종 지역 단체가 참여하는 퍼레이드 구경과 메가 히트곡 보유자 FLO RIDA의 공연 참석은 이번이 학생으로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Homecoming이다라는 생각에 놓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Mizzou와의 풋볼 경기, 제일 친한 동기 친구의 생일 파티, 그리고 테니스 모임 등도 모두 참석하는 프로 참석러의 삶을 살았다. 이번 학기 들어서 제일 열심히 논 주간이 아니었나(...). 이렇게 신명나게 일주일을 흔들어 재끼며 놀다보니 결국 제출일 전날 20페이지를 작성하게 되는 기함을 토하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부족한 영어와 글감으로 하루 4페이지 쓰는 것도 정말 힘든 날이 많은데 데드라인이 임박하게 되니 하루 20페이지를 내달려서 쓰게 되었다. 마감 전날이었던 일요일은 도서관이 개장하는 오전 10시에 들어가서 도서관이 폐관하는 오전 1시에 나왔다. 약 15시간을 한 장소에서 한 태스크를 붙들고 하다보니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어찌 어찌 하게 되더라. 총 세 문제 중에서 마지막 문제를 너무 급하게 써서 불안함이 들긴 하였지만, 오늘 지도교수님과의 미팅에서 교수님이 Well Written이라고 칭찬해주며 평소에도 이렇게 글을 쓰라고 (...) 하셔서 굉장히 당황하면서도 안도할 수 있었다. 

 

박사 학위를 받기엔 내가 너무 양아치인가 싶은 순간들이 있다. 어릴 적 내 머릿속 박사님은 주말에도 커피를 마시며 논문을 읽으며 안경을 치켜 올리고 무던하게 연구실에서 난을 닦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박사과정의 삶은 즐거움과 반짝이는 것들을 쫓으며 하루 하루 연구를 직업적으로 헤쳐가고 있는(...) 자본주의적인 삶인 것 같아 가끔 걱정이 된다. 4년 안에 무사히 졸업을 시키고야 말겠다는 친절한 우리 과의 정책 덕분에, 나는 다음주에는 Oral Area Exam을 보게 된다. 글보다는 말빨로 먹고 사는 나이기 때문에 Oral Area Exam 준비는 Written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벼락치기 하지 않겠다! 또한 Dissertation Proposal*을 부지런히 준비해서 가급적 이번 학기 전에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PhD Candidate가 되면 무엇을 제일 하고 싶냐면 Email 밑에 있는 Signature를 PhD Student에서 PhD Candidate로 바꾸고 링크드인에 ABD라고 자랑하고 싶다 (소박). 

 

 

 

*Dissertation Proposal의 경우 15 pages 정도 작성하고 Reference는 100개 정도 달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