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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PhD life

놀랍지도 않게 차사고가 난 날

21/10/28

 

오늘은 아침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것만 같은 하루였다.

 

1. 컨디션 난조 - 준비되지 못한 아침

요새 계속 과로해서인지 온 몸에 rash가 가득 생겨서 시간을 쪼개 Infirmary에 다녀왔다.

선생님께서는 원인을 모르겠지만 우선 가려움증을 완화해보자며 각종 항생제와 알러지 약을 네 개 처방해주셨다. 특히 OTC보다 강한약이라며 처방해준 약은 부작용중에 하나가 무척 졸리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약 기운인지 자기전 약먹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만 8시 5분이었다. 오늘은 코비드팀 근무가 있는 날이라 8시부터 근무를 했어야 하는것을... 많은 준비 과정을 포기한 후 8시 20분 자연인 날 것의 상태로 근무후 지각한 만큼 추가근무를 하여 5시간 근무를 내리 채웠다. 일이 오전에 많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2. 컨디션 난조2 - 몸이 부르는 낮잠

집에 돌아오니 2시, 챙겨 먹지 못한 식사를 입에 털어넣으려고 육계장 팩을 하나 냄비에 넣고 끌인다. 

냄비에 끓이는 동안 샤워도 하고 로션도 바르고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이 숨이 트인다.

육계장이 완성되서 후루륵 마시고 시계를 보니 3시. 4시에 조모임이 있는 것을 알기에 알람을 맞춰놓고 낮잠을 자기로 한다. 그렇게 자고 나서 왜 또 낮잠을 자게 되는 것인지. 정말이지 몸이 나를 침대에 이끌어다 놓는 기분이었다.

 

3. 컨디션 난조3 - 당장에라도 쓰러져 잘 것만 같았던 줌미팅

이번 학기 수학과에서 전염병 모델링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 수업의 특징은 매주 금요일마다 팀 프로젝트 경과 보고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엄청 똑똑한 수학과 박사친구와 한 팀이 되어 매주의 해야할 일들을 헤쳐나가고 있다. 친구가 아이패드 메모장에 가득 적은 공식들을 줌으로 함께 리뷰하며 내일 발표 슬라이드에서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하는지 회의하였다. 회의를 하는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구토를 참는 느낌으로 미팅 시간을 견뎌냈던 것 같다. 신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내 집에서 편안한 환경에서 하는 줌미팅 마저 정말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회의에 집중하고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초콜릿을 8개 정도 까먹으면서 겨우 미팅을 마칠 수 있었다. 

 

4. 컨디션 난조4 - 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마음

오후부터 비가 줄곧 내렸기에 오늘 길바닥은 미끄러웠고, 구름때문인지 날이 유독 어둡게 느껴졌다. 내일 코비드팀 행사가 있어 김밥을 싸보기로 했기에 15분 거리의 마트에 들려서 흰 쌀을 구매했다. 외국인 친구들이 처음 먹어볼 김밥이 맛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삼겹살 김밥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퍼블릭스에도 들려서 삼겹살도 한 팩 샀다. 몸도 피곤하고 장 본 것도 정리해야 해서 집에 바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오늘 해야하는 공부를 집에가면 절대 다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죄책감과 의무감으로 똘똘뭉친 상태였기에 도서관에 가서 1시까지 공부를 하고 들어가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서 얌전히 집에 돌아갔어야 했다.

꾸역꾸역 힘든 몸을 이끌고 도서관에 도착하여 주차를 시도하던 도중 옆에 주차되어있는 차를 그만 긁어버렸다. 이 도서관이 딱 하나 단 점이 있다면 주차장이 서울 강남 뺨칠정도로 붙어있다는 것이다. 급하게 주차하려다가 옆에 있던 차를 긁어버리다니.. 시간 아까워서 전전긍긍 여유없는 나의 삶에 시간이 드는 일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마음에 스스로에 대해 분노가 일어났다.  

 

분노할 시간도 아까운 상황이라 빠르게 분노를 종료하였다. (분노할 시간이 없다! 좋은 것인가)

침착하게 후레시를 켜가며 사진을 찍고, 내 차와 상대방의 차의 긁힌 부분을 확인했다.

다행히(?) 내 차에 비해 상대방의 차는 경미한 수준인 것으로 보였다. 메모지를 꺼내어 (심지어 메모지마저 To-Do LIST 메모지...) 미안하다 내 번호는 이거다 1시까지 도서관에 있을 예정이니 확인하면 연락달라라고 남겨놓았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지만, 내일 아침 전에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집에 가기전까지 조심하게 잘 사려야 겠다.

 

 

이와중에 도서관에 와서 내일 발표랑 회의준비 하겠다고 앉아있는 나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땐 운전을 정말 정말 정말 조심해서 하고, 가급적 우버나 리프트를 타도록 하기로 ... 

이렇게 사회 경험치가 하나 늘어간다.